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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교/새벽설교 | 하루를 여는 묵상

[사순절 | 고난주간 말씀] 누가복음 24장 36-53 — 부활하신 예수님이 주시는 평강과 성령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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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24:36-53 묵상]

부활하신 예수님의 등장: 두려움 속 제자들에게 임한 평강

누가복음 24:36-53의 본문은 예수님의 부활이 단순한 '죽음에서의 회생'이 아닌, 두려움 속에 있던 제자들에게 평강을 주시고, 또 모든 믿는 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는 놀라운 하나님의 구속 역사임을 보여줍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이 장면은 부활의 실제성과 그 영향력을 뚜렷이 드러내며, 그 장면을 통해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서도 부활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지 과거의 사건으로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우리의 삶 가운데에서 유효하게 작용하며, 절망과 두려움 속에 있는 이들에게 참된 평안을 가져다주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이 본문은 단순한 묵상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 여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복음의 정수이기도 합니다.

새벽빛이 고요히 들어오는 빈 무덤, 그리고 멀리 서 있는 십자가 — 죽음을 이기시고 새로운 생명을 여신 예수님의 부활을 묵상하게 합니다.
새벽 햇살이 스며드는 빈 무덤 안, 부활하신 예수님의 흔적만 남아 있고, 멀리 언덕 위에는 조용히 세워진 십자가가 희미하게 보인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제자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이후, 제자들은 깊은 두려움과 혼란 속에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따랐던 주님이 처형당하고 무덤에 묻혔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충격은 곧 자신들의 신분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그들은 유대인들의 박해를 두려워하며 한 자리에 모여 숨어 있게 되었습니다.

요한복음 20장을 보면 제자들이 문을 굳게 닫고 숨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방어적 태도가 아니라, 그들의 내면이 얼마나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자신들도 예수처럼 체포될지 모른다는 공포, 주님을 배신했던 자기 자신의 죄책감, 그리고 부활을 믿지 못하는 의심들이 그들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하신 첫 마디는: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이것은 단순한 인사 이상의 선언이었습니다. 이는 마치 구약의 대제사장이 회중을 향해 축복을 선포하는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민수기 6장에서 말하듯,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는 그 선언을, 예수님께서 직접 제자들에게 하신 것입니다. 두려움과 의심으로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주님의 평강의 말씀이 두드리고 계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울려 퍼집니다. 불안정한 시대,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두려움과 의심에 사로잡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 모든 두려움을 꿰뚫고 오셔서, 우리에게도 평강을 선포하십니다. 그분의 평강은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평안이며, 마음을 지키고 삶을 인도하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실제 부활을 보여주신 예수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구운 생선을 나누시는 장면,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제자들은 경이로움과 감격 속에 주님을 바라본다.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 앞에 나타나신 부활의 주님 - 함께 식사하며 생명의 회복과 평강의 은혜를 나누시는 순간.

 

그러나 제자들은 그 평강의 선언 앞에서도 여전히 의심과 혼란 속에 있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았음에도, 그들은 그분을 유령으로 착각했습니다. 이는 당시 유대인의 사고에서 죽은 자의 영이 떠도는 존재일 수 있다는 믿음이 반영된 반응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은 손과 발의 못 자국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나를 만져보라.” 제자들이 여전히 믿지 못하자 예수님은 구운 생선 한 토막을 드셔서, 육체적 부활의 실제성을 증명하셨습니다. 이는 상징이 아닌 현실, 비유가 아닌 사실임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부활을 영적으로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 행동은 분명히 말씀하고 있습니다. “나는 실제로 죽음을 이겼고, 살아 있다.” 제자들에게는 이 사실이 믿기 어려운 충격이었지만, 이 체험은 곧 그들의 인생을 뒤바꾸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됩니다.

또한 예수님의 식사 장면은 단순한 증명의 의미를 넘어서,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예고하는 상징적 행위이기도 합니다. 식탁은 단절된 관계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실패하고 흩어진 제자들을 다시 하나의 공동체로 회복시키십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살아 계신 주님과의 교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교제를 통해 우리도 매일의 삶 속에서 부활의 주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말씀과 기도, 예배와 섬김 가운데 주님은 오늘도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하시며, 우리를 회복시키십니다.


말씀을 깨닫게 하시며 주신 사명

예수님은 단지 자신이 살아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말씀을 풀어주셨고, 성경의 전체 맥락 속에서 자신의 죽음과 부활이 어떻게 예언되었는지를 설명하셨습니다.

누가는 본문에서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들과 시편"—즉 구약의 세 주요 분류를 언급하며, 성경 전체가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한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단지 한 인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를 성취하는 중심임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마음을 여시고, 말씀을 깨닫게 하십니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씀은 성령의 조명 아래서 열릴 때 비로소 생명의 능력으로 다가옵니다. 단순한 지식의 정보가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은혜의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말씀이 열리자 제자들은 비로소 부활의 의미를 깨닫고, 두려움에서 사명으로 나아갈 준비가 됩니다. 신앙은 깨달음에서 행동으로 나아갈 때 진짜 능력을 발휘합니다. 말씀은 듣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야 할 진리입니다. 그 깨달음을 경험한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사명을 맡기십니다.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


약속하신 성령의 능력

그러나 예수님은 이 사명을 인간의 힘으로 감당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제자들에게 '기다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이 사명은 성령의 도우심 없이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볼지어다 내가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리니, 너희는 위로부터 능력을 입힐 때까지 이 성에 머물라."

이 말씀은 두 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신실하심, 또 하나는 하나님은 사명을 맡기실 때 능력도 함께 부여하신다는 진리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때로는 너무 성급하게 무엇인가를 하려 하며, 주님의 일을 내 힘으로 감당하려 합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먼저 기다리라, 기도하라, 그리고 성령의 능력을 받아라. 그것이 참된 사명의 출발점입니다.


성령 받은 제자들, 담대한 증인으로

사도행전을 보면, 성령을 받은 제자들이 얼마나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 임한 성령은 그들을 두려움에서 담대함으로 옮겨놓았습니다.

베드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령을 받은 후, 그는 수많은 유대인 앞에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하는 담대한 설교자가 됩니다. 그 한 설교에 삼천 명이 회심하는 역사가 일어납니다.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으리니.” (행 2:38)

이처럼 성령은 우리를 증인의 삶으로 이끄시는 능력입니다. 그 능력은 우리가 준비되었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우리를 준비시키기 위해 임하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신 사명

오늘 이 본문은 단지 2000년 전 제자들에게 주어진 메시지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유효한 부활의 선언이자 사명의 선포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우리 모두는 부활의 증인입니다. 증인이란 특별한 직분이 아니라, 예수님을 만난 자가 자연스럽게 감당해야 할 삶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직장에서, 교회 밖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생명과 부활의 기쁨을 전하는 존재입니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내가 그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증인의 사명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신 성령의 능력으로 감당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그 사명을 감당할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 이미 우리에게 평강을 주셨고, 말씀을 주셨으며,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찬송하며 나아가는 부활의 증인들

본문의 마지막 장면은 아름답게 마무리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축복하시며 승천하십니다. 그리고 그 제자들은 기쁨과 찬송으로 가득 차 예루살렘으로 돌아갑니다.

두려움과 낙심으로 가득했던 이들이 이제는 기쁨과 찬송으로 충만한 자들이 되었습니다. 변화의 핵심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그 말씀을 깨달으며, 성령의 능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부활의 신앙은 단지 교리적 동의가 아니라, 찬송과 기쁨으로 드러나는 삶입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누구와 있든지, 그 자리에서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마무리 기도

주님, 오늘도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깁니다. 제자들에게 평강을 주시고, 의심 가운데 찾아오셔서 몸을 보여주시며, 말씀을 풀어주시고, 사명을 맡기셨던 주님을 기억합니다.

주님, 저희 또한 종종 두려움에 사로잡혀 주님의 부활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을 통해 저희 마음을 열어주시고, 다시 한 번 부활의 능력으로 살아가게 하여 주옵소서.

성령님, 저희에게 능력을 주시고, 담대함을 주시고, 주님을 증거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옵소서. 말씀이 열리고, 마음이 뜨거워지며, 삶으로 복음을 살아내는 진정한 증인의 삶을 살게 하소서.

주께서 주신 평강과 사명을 붙들고, 오늘도 찬송하며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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