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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교/새벽설교 | 하루를 여는 묵상

[사순절 |고난주간 말씀]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 그 길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다 (누가복음 2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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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때때로 길을 잃고 있는 듯한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믿음은 희미해지고, 소망은 무거운 현실에 눌려 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 때에, 부활의 예수님은 조용히 우리의 길 가운데 다가오십니다.

오늘 본문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곁에서 계속되고 있는 주님의 이야기입니다. 부활은 죽음을 이긴 기념일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역사하시는 예수님의 현재형입니다. 그 생명의 이야기 속으로, 이제 함께 들어가 봅시다.

엠마오 길 위에서 해질녘 노을을 배경으로 두 제자와 예수님이 함께 걷는 뒷모습. 고요한 자연 속 은혜의 동행 장면.
엠마오로 가는 길, 두 제자와 부활하신 예수님이 함께 걷는 장면. 해 질 무렵, 그들은 아직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채 동행하고 있습니다.

1. 부활의 첫 목격자들: 여인들과 빈 무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안식 후 첫날 새벽. 예수님을 따르던 여인들이 예수님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무덤 앞을 막고 있던 돌이 이미 옮겨져 있었고, 예수님의 시신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빈 무덤을 목격하게 되었고,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이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쁜 소식을 제자들에게 전했을 때, 사도들은 그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허탄한 소문, 쓸데없는 이야기로 여겼습니다. 여인들은 당황했지만, 천사들의 말과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소망을 품고 제자들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들의 발걸음은 두려움 가운데서도 순종이었고, 복음의 전달자로서의 첫걸음이었습니다.


2.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슬픔과 혼란

그날, 예루살렘에서 약 25리 떨어진 엠마오로 향하던 두 제자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실망과 혼란 가운데 있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고, "우리는 이 사람이 이스라엘을 속량할 자라고 믿었노라"(눅 24:21) 고백할 정도로, 예수님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을 단지 "이 사람"이라 부르며, 십자가에서 죽으실 메시아가 아닌, 세속적인 힘으로 구원할 정치적 메시아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그들만의 오해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많은 유대인들은 메시아가 오면 로마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구원은 인간의 정치나 군사적 승리가 아닌, 죄에서의 구속이라는 더 깊은 차원에 있었음을 두 제자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3. 예수님은 절망 속으로 찾아오신다

그 절망과 혼란 속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이 그들에게 다가오십니다. 그러나 두 제자는 눈이 가려져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과 동행하시며, 무엇이 그들을 슬프게 하는지를 물으십니다.

두 제자는 예수님께 예루살렘에서 벌어진 일들, 즉 예수님의 죽음과 빈 무덤의 소식을 말합니다. 그때 예수님은 그들을 "미련한 자들"이라 부르시며, 성경이 이미 말한 메시아의 고난과 영광에 대해 설명하시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굳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으시고, 말씀을 통해 그들의 믿음을 회복시키고자 하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삶의 절망 속에서도 이름 없이, 모습 없이 찾아오셔서 우리와 동행하십니다. 그분은 침묵 속에서도 말씀하시고, 멀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 곁에 계십니다.


4. 말씀을 풀어주실 때 마음이 뜨거워지다

예수님은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기록된 자기 자신에 관한 말씀을 자세히 풀어주십니다. 길을 걷던 두 제자의 마음은 점점 뜨거워졌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했고, 식사 자리에서 예수님이 떡을 떼어 축사하실 때, 그들의 눈이 밝아져 예수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곧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십니다.

이 장면은 마지막 만찬을 떠올리게 합니다. 떡을 떼고 축복하시는 주님의 손길은 곧 그들의 영혼을 깨우는 은혜의 순간이었습니다. 말씀은 지식이 아니라, 가슴을 태우는 불이 되었습니다.

모닥불 앞에 앉아 성경을 나누는 두 사람, 진지한 미소 속에서 말씀을 통해 마음이 뜨거워진 모습.
말씀을 들으며 마음이 뜨거워졌던 제자들처럼, 오늘 우리도 성경 앞에서 다시 심령이 회복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도 이처럼 주님의 말씀 앞에 설 때, 성경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된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5. 다시 예루살렘으로: 증인의 길

예수님을 알아본 그들은 곧바로 예루살렘으로 돌아갑니다. 더 이상 그들은 낙심한 제자들이 아니라, 부활의 주님을 만난 확신 있는 증인들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은혜를 간증하며,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눅 24:32)라고 고백합니다.

이 회심은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방향의 전환, 삶의 전환이었습니다. 그 밤이 깊었지만, 그들은 두려움 없이 다시 예루살렘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절망의 자리였지만, 이제는 증거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참된 만남은 반드시 삶을 움직이게 합니다. 주님을 만난 사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6. 오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첫째, 예수님은 절망과 혼란의 길 위에 찾아오십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낙심, 혼란, 고통의 순간에도 주님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 길에 찾아오셔서 동행해 주십니다. 어쩌면 우리가 주님의 부재를 느끼는 그 순간이야말로, 주님이 가장 가까이 계신 시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의 심령을 회복시키는 힘은 주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을 때 제자들의 마음이 뜨거워졌듯, 하나님의 말씀은 영혼을 소생시키고 눈을 밝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시편 19:7-8 참고) 말씀은 단지 교훈이나 정보가 아니라, 우리 존재를 새롭게 하고, 절망의 눈을 소망으로 뜨게 하는 생명의 능력입니다.

셋째, 주님을 만난 자는 돌아서야 합니다.
엠마오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간 것처럼, 은혜를 경험한 우리는 다시 사명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단지 말로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주님을 증거하는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삶으로 살아내는 사람, 그것이 오늘날 필요한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 마무리하며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여러분도 다시 한 번 주님의 부활을 깊이 묵상하며, 주님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인생의 길을 함께 걷고 계심을 깨닫는 하루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심령이 회복되고, 말씀으로 다시 뜨거워지며, 삶으로 부활을 증거하는 여러분 되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소망합니다.


🙏 기도문

주님, 낙심과 혼란 속에서도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다가오시는 주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눈이 가려져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제자들처럼 우리도 때때로 주님을 놓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행하시며 말씀으로 우리를 깨우시는 주님의 손길을 믿습니다.

말씀 앞에서 다시 뜨거워지게 하시고, 그 뜨거움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불꽃이 되게 하옵소서. 우리가 걸어가는 모든 길 위에서 주님을 만나고, 그 만남의 증거로 세상 가운데 살아가게 하소서.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했던 제자들처럼, 우리도 주님을 삶으로 증거하며 살아가게 하옵소서. 오늘도 우리와 동행하시는 부활의 주님을 찬양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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